Q. 여성 작가, 여성 독립 큐레이터가 만든 작품 <The Blue Notebooks ⅱ>에 글로 참여하셨죠. 저도 전시 첫날 서영 님의 시를 보고 왔어요. 서영 님의 시 중에 “빈 종이는 얼어붙은 연못 같습니다”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어요. 사진과, 글, 사운드, 관객이 참여하는 글쓰기 등 복합적인 요소로 이루어진 작품이 흥미로웠습니다. The Blue Notebooks ⅱ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이번 전시 <The Blue Notebooks ⅱ>는 장동콜렉티브에서 일하고 계신 하영 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제가 태피스트리와 일러스트 작업을 주로 하시는 윤연우 작가님 전시의 서문을 쓴 적이 있는데요. 그 전시를 보러 오셨던 하영 님이 제 글을 읽고 흥미를 느끼셨던 것 같아요. 이후 장동콜렉티브에서 기획하고 진행한 전시보고(報告) -13th 광주비엔날레에 저를 비평으로 초대해주셨고, 이번 전시의 협업으로 이어지게 되었죠.
Q. 작업하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강수지 작가, 이하영 큐레이터와 함께한 <The Blue Notebooks ⅱ>는 개인적으로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끼리 팀을 구성한다는 게 큰 활력이 됐어요. 세 사람이 서로 원하는 것들을 편하게 터놓고 말하고, 즉각적으로 피드백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조율하다 보니 작품의 취지와 방향성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정해지더라고요.
두 작가/기획자분들은 제 텍스트가 눈에 띌 수 있는 방식을 신중히 고려해주셨는데요. 글 순서의 배치, 온점을 찍을지 말지 고민하는 것 같은 사소한 디테일에 피드백을 주실 때도 하나하나 제 의사를 물어 확인해주셨어요.
작업할 때는 5**·**18 비경험 세대들이 무탈하게 진입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즉각적으로 단일하게 해석되는 말이 아니라,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수용할 수 있는 은유로 최대한 투명하게 표현하려 했어요. 오히려 말을 비우는 작업이었죠. 제 욕심을 비워야 하는 일이기도 했고요.
정신과 육체가 붕괴하는 5**·**18의 모습을 실제와 가깝게 재현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뿐더러, 비경험 세대인 제가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얼리즘’, ‘리얼문학’을 말할 때 그 ‘리얼하다’는 표현이 맥락에 따라 기묘하게 해석된다는 인상도 있고요.
Q. 전시장에 가서 현장을 봤을 때 어떠셨어요?
사람들이 제가 쓴 글을 필사하고, 또 그걸 고르는 걸 보는 게 재밌더라고요. 사람마다 글씨체도 다르고, 옮겨 적는 글귀도 다르고, 쓰는 방식도 다르잖아요. 엄청 조그맣고 촘촘하게 필사하시는 분도 있었고 아주 큼직하게 쓰는 분도 있었어요. 본인 서명을 하고 가신 분도 있고요. 하나의 작품이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모습을 현장에서 한 번에 볼 수 있었죠.
관람객들이 참여의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글쓰기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관객 참여형 전시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