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영 작가와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에게 리소 인쇄를 의뢰했던 직조 작가가 광주극장에서 파트 타이머로 일하며 알게 된 친구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그중 한 명이 이서영 작가였다. 그는 광주극장에서 3일 파트 타이머로 일하며 글을 쓰고 친구들과 문예잡지 ‘공통점’을 만든다. 우리는 가끔 광주극장에서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는 사이였다가 작년 여름 ‘공통점’ 4호에 <빛, 프리즘, 여성 창작자>라는 제목의 인터뷰를 요청받으면서 처음으로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쇄술은 빛을 다루는 기술이자, 필연적으로 입력과 출력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 창작자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프리즘을 가지고 있다. (…) 특히 저마다의 세계를 투과하는 여성 창작자들은, 본인 위에 무수히 입력되는 요소들로 인해 필연적인 외상을 입게 된다, 어쩌면 그 외상을 대하는 태도/기준이야말로 작업의 방향성을 정하게끔 하는 핸들이 될지도 모른다. (…)’ <‘공통점’ 4호 <빛, 프리즘, 여성 창작자> 사각프레스 최지선 인터뷰 서문 中>
공통점은 우리가 얼마나 포개져 있는지에 대한 증명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다른 모양의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감각을 열어주는 매개일지 모른다. 이서영 작가가 쓴 서문을 받아본지 1년이 지난 오늘,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던 그에게 내가 받았던 좋은 질문들을 되돌려주고 싶었다. 궁금했다. 3일은 오래된 국내 유일 단관극장에서 일하고, 글을 쓰는 친구들과 지역에서 4년 동안 문예지를 만들며 자신의 글을 쓰는 그의 삶은 어떤 모양인지, 창작의 영역 안과 밖에서 우리는 또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Q. 서영 님은 주 3일 광주극장에서 파트타이머로 근무하고 그 외에 시간에 글을 쓰거나 다양한 일들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광주극장에서는 햇수로 5년째 근무 중이에요. 파트타이머로 한곳에 오래 머무는 걸 다들 신기해하시더라고요. 개관한 지 한 세기가 되어가는 문화산업 공간에서 근무하는 게 독특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극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마음 깊이 의지하며 지내고 있어요. 동료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각별한 편입니다. 극장에서 주로 하는 일은 매표인데요, 커피를 내리고 청소를 하고 저녁에는 그날 번 돈을 세보며 정산도 합니다. 그렇게 한 달 열심히 일하고 나면, 월세, 통신비, 각종 공과금을 비롯해 매월 빠져나가는 최저 생계비를 벌 수 있어요. 그렇게 주 3일은 극장 근무를 하고 나머지 4일은 개인 작업이나 외주 활동을 하면서 보내는 중입니다. 비록 저축은 못하더라도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시간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어요. 그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요. 이것저것 벌려 두고 뛰어다니면서 여러 가지 일에 집중을 분산시켰다가 다음에 쓰일 한편의 글에 그 감각들을 다시 회수하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광주극장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