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하듯 구석구석을 더 둘러보게 하는 공간이 있다. 카페 <uner>가 그랬다. 건물 외벽에 난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카페 전경보다 먼저 카페의 냄새를 만나게 되는 곳. 은은하게 향이 타는 냄새, 해가 떨어지는 시간을 닮은 조명, 차분한 음악이 있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하나 둘씩 앉아서 각자의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을 누비고 나서도 입안에 남은 궁금함에 대한 답은 공간 너머에 있다. 이런 조화로운 모습을 누가 구현해냈을까? 나는 기어코 카페 <uner>를 브랜딩한 이예지 디자이너를 찾았다.
그는 브랜딩을 중심으로 시각 작업과 공간 작업을 함께하는 디자이너다. 카페 <uner>를 비롯해 방문하지 않아도 익히 들어 아는 수없이 많은 멋진 공간들을 만들어 왔지만 ‘지면’과 ‘공간’처럼 디자인을 담아낼 수 있는 영역을 따로 나누지 않는다. 이예지 디자이너의 작업은 지면에서 공간으로 공간에서 화면으로, 작은 물성을 가진 물건에서 커다란 구조물로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의 이름은 <printed space>. 그간 내가 구분지어 왔던 영역을 기꺼이 침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조화를 조금은 부러운 마음으로 엿보았다.
Q. 예지 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운영하고 계신 공간 <Printed Space>에 대해서도요.
이름은 이예지고요. 대전, 세종에 베이스를 두고 있지만 지역을 따지지 않고 일해요. 브랜딩을 중심으로 시각 작업과 공간 작업을 같이하고 있어요. ‘Printed Space’라는 회사는 제가 런던에서 그래픽디자인 석사 전공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그래픽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공간을 디자인할 때도 그래픽에 기반을 두고 공간을 꾸미는 작업을 하고 있고요. 프린티드 스페이스는 협업을 많이 하는 회사예요. 제가 재밌다고 생각이 되는 거면 분야에 상관없이 다 하고 있습니다.
Q. 공간디자인 작업을 해오셨는데,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으시다면요?
지금 인터뷰하는 공간이기도 한 <uner>는 공간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함께 한 작업이에요. 여기 대표님을 그전에도 알고 있긴 했어요. 카페이자 사무실인 <ctrl+p>를 운영하고 있을 때 저한테 오셔서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그때부터 어떤 카페를 만들어야 좋을지 함께 고민했어요.
네이밍도 제가 했는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말씀 언:言>이라는 한자에 영어의 <er>을 붙여서 말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전체적인 작업 단계에 제가 관여했기 때문에 애정이 많이 가는 공간이에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디자인 이전 단계에요. 공간을 채워주시는 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많이 나눠요.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고, 왜 이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 대화해요. 공간이 예쁘게 나오는 것보다 클라이언트에게 이 공간이 잘 어울릴까 생각하면서 작업하고 있고요. 이 공간 같은 경우에도 대표님들을 봤을 때 생각나는 것들로 표현한 거예요. uner는 음악에 대한 것도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눴고, 공간의 향도 제가 정해드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