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혼자서 디자인 스튜디오와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지은 님은 어떻게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키고 계신가요?
출판과 디자인 등 많은 업무를 혼자서 다 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몸도 예전 같지 않아서 하루 야근하면 며칠이 힘들더라고요. 저는 보통 6시 정도에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7시에 수영장에 갑니다. 서울에서 밤낮없는 생활을 하는 동안 몸이 많이 망가져 수영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건강 관리를 위해 시작했지만 수영의 재미에 푹 빠져서 지금은 바다 수영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예전보다 삶에 활기가 돌고 이제는 루틴이 되었어요.
매일 아침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면 10시쯤 되는데, 그때부터 업무를 시작해요. 오전에 파주 물류 창고로 출고 주문을 넣고, 잠시 집밥 백선생으로 변신해 점심을 챙겨 먹고 오후부터 저녁까지 일해요. 그리고 아무리 늦어도 1시 전에는 꼭 자고, 운동과 건강하게 먹는 것만은 지키려고 해요. 가끔은 저녁에 달맞이나 동백섬에서 산책을 해요. 요즘 저는 일하는 데 에너지의 반만 쓰고, 나머지는 바다에서 할 수 있는 운동에 꽂혀서 살고 있어요. 바다 수영, 요트, 서핑 등. 부산에서 바다 곁에 사는 동안 누릴 수 있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바다수영
해운대 앞 바다
Q. 지은 님께서는 부산에 내려오신 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간다고 들었어요. 저도 최근까지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대전에 이제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해서 지은 님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부산에는 어떻게 오시게 된 건가요?
2015년부터 쉬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 안의 우물이 점점 말라가는 것을 느꼈거든요. 고정 클라이언트도 꽤 있어서 안정적이었지만, 어느 순간 서울을 떠나고 싶었어요. 클라이언트 잡을 오래하기도 했고, 인풋 없이 아웃풋만 계속되는 삶에 지쳤었나 봐요. 마음만 있고 결심은 서지 않은 상태였는데, 때마침 남편이 부산으로 발령이 났어요. 마치 부산으로 오게 될 운명 같았죠.
처음 내려왔을 때는 부산에 친구가 하나도 없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서 알게 된 부산 출신 친구가 내려오고 또 다른 친구도 다음 해에 내려오더라고요. 모두 저와 동갑내기에 감독, 작가 등 개인 작업을 하는 친구들인데, 비슷한 시기에 쉬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물론 부산에 내려와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요. 부산에서의 첫해엔 안식년을 가졌어요. 여행도 가고 운동도 하며 여유로운 1년을 보냈고, 다음 해엔 부산영화제에서 일하게 되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나 디자이너가 매우 많더라고요! 특히 부산의 문화, 예술 분야의 디자이너는 여자 디자이너의 비중이 더 커요.
Q. 이전에 하셨던 인터뷰 중 서울에 있는 클라이언트가 절반이라고 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인쇄랑 제작도 부산의 업체에서 진행하시나요?
부산에서 인쇄소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여기서 오래 활동하신 분들도 대부분 서울에서 진행하시더라고요. 간단한 사양의 인쇄는 부산에서도 가능하지만, 견적을 받아보면 대체로 서울보다 비싼 편이었어요. 책의 경우 제작 후 파주의 물류창고로 보내야 해서 서울에서 제작하는 게 더 유리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 번은 소품 제작 때문에 부산 지역에 있는 라벨과 의류 제작 공장에 의뢰한 적이 있었는데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상지역에 다양한 제조공장이 몰려있더라고요.
Q. 서울과 비교했을 때, 부산에서 생활하시면서 느꼈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의식주에 쓰는 비용이 서울보다 많이 줄었어요. 서울에서 입던 두꺼운 겨울 코트는 부산에서 입을 일이 없고, 남쪽이라 그런지 음식 재료도 다양하고 제철 농산물도 더 빨리 나오는 것 같아요. 부동산의 경우 요즘은 조금 올랐지만, 여전히 서울과 비교해 많이 낮은 편이고요. 가장 좋은 점은 산과 바다를 곁에 둘 수 있다는 거예요. 보고 싶을 때 조금만 걸어 나가면 나무 사이를 걷거나 바다에 발을 담글 수 있으니까요.
수확물
텃밭 가꾸기 전과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