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디자인의 아름다움은 어떻게 탄생하고 완성될까. 디자이너가 책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미묘한 차이를 조합하여 탄생시키고, 콘텐츠·매체·상황과의 모순 없이 정합 시켜 완성한다. 그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한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것들이 콘텐츠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자. 최근 발행된 책*중에서 내가 흥미롭게 본 디자인 몇 가지를 선정해 디테일을 뜯어보며 소개하려 한다.
*여기서는 단행본·간행물·자료집·보고서 등, 연속되는 지면의 묶음 형태로 된 인쇄물을 모두 포함한다.
📍디자인: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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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식물의 책’이라니, 담담하지만 어딘가 대담한 제목은 섬세한 표지 디자인과 대비되며 조화를 이룬다. 양장 책의 겉을 싸고 있는 덧표지(dust jacket)는 식물 세밀화 여러 점을 한껏 뽐내놓았다. 앞표지뿐 아니라 뒷표지까지 나열된 그림들은, 콜렉터의 수납장처럼 애정어리고 정갈하게 수납되어 있다. 깨알같은 그림 캡션이 세밀함을 더한다. 그림 사이 경계를 가르는 점선과 그림 번호 그리고 캡션이 은색으로 인쇄되어 미세하게 빛난다.
대중서 뒷표지에는 책을 설명해주는 글이나 추천의 글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은 간단한 글귀와 식물 세밀화로 채워져 있다. 이 그림들이 글보다 책을 더 잘 설명해줄뿐더러,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식물이 내뿜는 산소를 들이마신 듯 기분이 좋아진다. 덧표지를 벗기면 나오는 양장 표지의 앞면에 은박으로 새겨진 작은 식물과 녹색-황색-남보라색 조합의 면분할은 단아하면서 경쾌하다. 연두색사와 갈색사가 교차하고 있는 머리띠(head-band)는 식물의 잎과 가지를 연상시켜 앙증맞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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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지를 펼쳐보면 마치 오래된 책처럼 종이가 누렇게 바래고 갈색으로 얼룩지고 곰팡이 자국도 보인다. 이 바랜 색과 자국은 인쇄로 표현되었는데 마치 오래된 책의 퀘퀘한 냄새가 풍기는 착각이 들기까지 한다. 할머니 집에 있는 서가에서 보물과 같은 책을 찾은 것처럼 향수가 소환된다.
180–239쪽 아래 귀퉁이에는 책벌레가 종이를 파먹은 자국이 나 있다. 이 또한 실제 구멍이 아닌 인쇄로 표현된 정겹고 섬세한 장치다. 이 자국 표현은 ‘재영책수선’이라는 책을 수선하는 곳으로부터 이미지를 구입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책벌레는 잉크를 피해 먹는 경향이 있다는 귀여운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구멍은 책을 넘길 때마다 조금씩 모양이 달라져 두 개가 되기도 하고 길게 이어지기도 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도 한다.